제주도의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현금 145억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카지노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영화 속 대사가 떠오릅니다.
[영화 '도둑들'(2012년)]
"(CCTV는 어떻게 피하죠?)
그건 걱정하지마, 그건 나랑 뽀빠이가 좀 놀아줄테니까."
카지노 금고털이를 주제로 한 영화 '도둑들'에선 10명의 기술자들이 역할을 나눠 범행을 모의하죠.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카지노 임원인 50대 말레이시아 국적 여성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여성 혼자. 이 엄청난 돈을 빼내갈 수 있었을까요?
Q1. 경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용의자 행방은 나온 게 있습니까?
카지노에서 현금다발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5일입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지난 연말 휴가를 내고 잠적한 상황이었는데, 휴가를 낸 뒤에 이미 제3국으로 출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일단 횡령 혐의로 여성을 입건한 경찰은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 중인데, 출국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용의자는 제주 랜딩카지노의 모기업인 홍콩 본사의 임원으로 2018년 카지노 개장 당시부터 금고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2. 액수가 어마어마한데, 돈을 빼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카지노에서 사라진 현금의 액수는 정확히 145억 6천만 원입니다.
연봉 4천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평생 한 푼도 쓰지 않고 364년을 모아야 하는 돈입니다.
모두 5만원 권이라고 하더라도 29만 장이고요, 무게만 300kg 가까이 됩니다.
어디론가 옮기려면 20kg짜리 사과박스 15개 정도가 필요한데요,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랜딩카지노에는 CCTV만 해도 수백개가 달려있는데,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 혼자의 힘으로 이렇게 촘촘한 감시망을 뚫을 수 있었을지엔 의문이 남습니다.
Q3. 돈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현찰을 해외를 직접 가지고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공항이나 여객터미널을 이용할 때 화물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각됐을 거란 겁니다.
환전 후에 외국으로 송금했을 가능성도 나오는데, 금융실명제 이후 고액의 돈을 환전하거나 송금하면 금융당국에 기록이 남아서 이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경찰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러사람을 통해 해외로 반출했거나 밀항 선박 등을 이용해서 돈을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Q4. 사라진 돈의 성격을 두고도 말이 나오던데요?
논란이 일자 카지노 측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사라진 돈은 홍콩 모기업이 자회사인 카지노에 맡겨놓은 돈"이라면서 "카지노 운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홍콩 본사 돈을 자국도 아니고 금융기관도 아닌, 한국 자회사에 왜 맡겼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제주 랜딩카지노 관계자]
"다른 자금이라면 저희가 신고를 하겠습니까. (비자금은 아니다?) 네.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아요. 카지노에 외국기업이라 하니까 (의심을 하지만) 문제 없는 돈입니다. 그룹 자금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주목해야 될 점은 또 있습니다.
사라진 용의자가 홍콩 본사 양즈후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는 건데, 양즈후이 전 회장은 랜딩 카지노가 있는 제주신화월드에 1조 7천억 원을 투자했지만, 2018년 금융사건에 연루되면서 현재는 경영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돼야 하겠군요.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